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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7월 07일
최근 번역되어 나온 '저주받은 자 딜비쉬'를 읽고서는 '후까시는 남았지만 재미는 어디로 사라진거냐'라고 실망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원서로 위자드 월드 시리즈를 읽으면서 그런 짜증도 날아가버리게 되었다.
젤라즈니가 쓴 뽕빨(혹은 막가는, 다른 말로 하자면 얼라들 용) 판타지 '위자드 월드' 시리즈에 대한 얘기는 아래에 젤라즈니의 위자드 월드
2005년 07월 04일
엄밀하게 얘기하자면 출판계라고 하지 말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른 용어를 모르니 일단 그대로 쓰련다.
메이저라고 부를만한 출판사를 통해 번역 SF가 하나 나왔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역자가 나다. 이전에 이미 2번 나왔던 소설을 재번역 한 것인데, 첫 번째는 일본어판 중역으로 알고 있고, 두 번째는 영문판의 번역이었던 걸로 알고있다. 그리고, 세번째를 내가 번역해서 내게 된거다. 물론, 원문이 영어이므로 내가 번역한 것도 영문. 일단 원고를 준 게 2년 전쯤이었다. 출판사에서는 두 달의 기간을 줬고, 나는 기간을 한 달인가 넘겨서 원고를 넘겨주었다. 그리고 ...소식이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궁금해하다가 잊었을 즈음, 그러니까 올 초에 전화 한 통이 날아왔다. 출간하기 위해 작업중이라는 거다. 물론 이전 담당자는 이직을 해 해당 출판사에 남아있지 않고 다른 편집부 직원이 일을 맡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책이 나왔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다름이 아니다. 아무리 마이너한 출판사라고 해도 번역물의 경우 책 나오기 전까지 역자에게 교정초본, 혹은 최종 교정본을 적어도 한 번은 보여주고 수정을 거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그런 건 고사하고, 메일로 "외주 교정자가 보내온 질문에 대한 답을 주세요"라며 4개의 질문이 적혀 날아온 게 전부였다. .....그리고 책이 나왔다. 출판계에도 시대에 따라서 업무'플로우'가 달라진다는 것 정도는 안다. 또 군소출판사 같은 경우 시일과 자금에 딸려 책을 허술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는 것 쯤은 안다. 하지만 이번에 이 책을 낸 출판사가 메이저급이라는 건 차치하고라도, 역자와 교정지 한 번 주고받지 않고 책을 냈다는 건 실로 어이가 없다. 혹시나 해서 계속 출판계와 일을 하고 있는 지인에게 물어봤다. 화들짝 놀라더라. 내가 번역을 누구 뺨치게 잘해서 교정볼 부분이 없었고, 그래서 교정지를 검토할 필요가 없었다고는 추호도 생각않는다. 그리고 이 번 일도 해당 직원이 제대로 업무를 이행 못 한 것인지, 아니면 그 출판사의 풍토자체가 그렇게 바뀌었는지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잘못된 것은 어디까지나 잘못된 거다. 이번 일이 출판계의 예외에 속하는 일이었기를 바란다. 그 예외가 하필 나한테 걸렸다는 것에 대해서는 무한한 불쾌감을 갖게 되겠지만 말이다. 덧붙여서 말하거니와, 번역이 떨어진다는 책임을 편집자들에게 돌리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다. 아마도 번역 자체가 잘못 됐다면 내 책임일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작중 등장인물인 '몰리'의 말투를 반말로 바꿨다는 것에서는 뿌듯함을 느낀다. --------- 혹여 잊어버릴까봐 메모 대신 여기에 적어둔다. 1. 해당 소설에서 '(내가) 불알로 나비 넥타이를 만들어서 목에 걸어줄테다'는 '(몰리가) 불알로....걸어줄걸?'을 편집자가 임의로 바꾼 것이다. 2. 해당 소설에서 '그은' 이라고 나온 관형어는 '(볕에) 그을은'의 오자이다. 이것도 분명 '그을은'으로 번역했을텐데 편집자가 바꾼 것으로 보인다. 3. 그 외에 다른 오역들은 대부분 내 책임.....이겠지. 4. 이게 도대체 무슨 소설에 대한 얘기인가는 아는 사람들만 알 거라 믿는다. 힌트는.....'몰리'와 'SF', 'AI'......그리고 '불알'뿐인가 ㅡ.ㅡ;
2005년 06월 25일
콘크리트는 너를 지키기 위해서 서 있는 거야.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나는 순진하게 그 말을 믿었다. 나는 너를 지키기 위해서 이러는 거야. 그가 그렇게 말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나는 순진하게 그 말을 믿었다. 하지만 이제는 무엇을 믿어야 할 지 알 수가 없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느껴지는 모든 것이, 내가 믿고 있던 것들을 '배신하라'고 속삭인다. 그래서 나는 내가 열 수 있는 , 그리고 가장 가까이 있는 문을 열어보았다. ![]() 어제도, 오늘도,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는 먼 과거부터 저기에 서 있던 벽이 보인다. 그리고, 한 가지는 분명히 알 수 있다. 벽은 나를 지키기 위해서 저기 서 있는 게 아니다. 벽은 저 멀이 있는 하늘을 가리기 위해 서 있다. 회색 얼룩은 나에게서 조금씩 조금씩 기운을 흡수하고, 그러면 그럴수록 얼룩은 커져간다. 어쩌면, 저 얼룩이 벽을 모조리 덮는 순간 나는 기운을 다 빼앗기고 죽을지도 모른다. 상처도 하나 없이, 조용히 쓰러지고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경찰이 온다고 해도, 아마 사인(死因)을 밝혀내지 못하겠지. 그래도 좋지 않아? 머리 속 어디선가 이런 속삭임이 들려온다. 웃기지 마. 나는 머리를 세차게 내젓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벽에 기운을 모두 빼앗기고 죽는다니, 그 따위 말도 안되는 일을 용납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어떻게 해야 저 벽이 없는 세상으로 갈 수 있을까. 아무리 머리채를 부여잡고 생각해봐도 알 수가 없다. 아니, 어쩌면 내 힘으로는 불가능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와주는 사람이 있을리도 만무하다. 하늘에서 떨어진 것 처럼 당당한 모습으로 앞에 나타나는 사람이라는 건 TV드라마에서나 , 아니면 아직 세상모르는 허황된 꿈 속에서나 사는 여자애들이나 바라는 것이다. 게다가...... 나를 지키기 위해서 그랬다는 '그'를 봐도 그런 것들은 모두 거짓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 역시 저 벽과 마찬가지로 나를 가두기 위해서 그랬을 뿐이다. 흉하게 우그러진 새장 속에 가둬놓고 관상용으로나 쓰는 새처럼 나를 이용하기 위해서 그랬을 뿐이다. 하지만 그와 헤어진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혼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아니, 그런 모습은 상상조차 되질 않는다. 모르겠다는 게 아니다. 그저 無, 텅빈 무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나는 거기에 발을 내딛기가 두렵다. 미지야 말로 가장 두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 나는 병에 시달리고 있다. 그에게 얘기해봤지만, 그는 그저 피곤해서 그럴 거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하긴, 나도 이게 병인지 아닌지 의심스럽다. 소설에서도, TV 에서도, 이런 병이 있다는 얘긴 들은 적도 없었으니까. 게다가, 사람이란 피곤하면 헛것을 보거나 환청을 들을 수도 있다고 하지 않는가. 어쩌면 정말로 피곤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지 피곤하다는 이유만으로 한 달 내내 헛것을 볼 수 있는 걸까? 그리고 사람들이 보는 '헛것'이란 게 전부 이런 식일까? 아니야. 그건 달라. 다시 머리속에서 속삭임이 들려온다. 그리고 나도 속삭임의 말이 맞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이건 보통 사람들이 보는 환상이 아니다. 무언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무슨 의미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헛것을 보는 거라고 의심할 수 밖에 없으며, 그가 '피곤하기 때문이야'라고 얘기해도 딱 잘라서 '그건 틀려'라고 반박할 수가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다른 병원에 가볼 셈이다. 그런 얘기도 있지 않은가. 큰 병일 경우 최소한 병원 세 군데에는 가서 검사를 받아봐야 믿을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 군데 더 병원에 가볼 예정이다. 만약 거기서도 피로에 의한 헛것을 보는 거라고 간단히 얘기한다면 , 그 말을 믿어야 하겠지. 믿는다기 보다, 스스로를 속여야겠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저 단순한 헛것에 불과하다고 말이다. 하지만 만약 그게 아니라면, 이제 더 이상 속기는 싫다.
2005년 06월 25일
SF소설 작가인 (개인적으로 상당히 기대하는 작가입니다.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니까요) Charles Stross 가 자신의 신작 하나를 이북 형태로 '공개'했습니다. 먼저 주소는 아래와 같습니다.
http://www.accelerando.org/ 하지만 영구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아니며, 며칠이면 닫는다고 합니다. 작가 왈, 일종의 실험이라고 합니다. 아마존과 이 페이지에 모두 스크립트를 걸어서, 과연 정말로 '이북이 퍼지면 판매량이 줄어드는가'를 수치적으로 확인해 본다고 하네요. 뭐, 저 '실험'이 얼마나 의미있는 것이건, 혹은 그냥 장난이건 간에 이 친구 하는 짓거리들이 참 맘에 듭니다. 더구나 이북 걸어놓은 포맷도, 팜 사용자들을 위해 Plucker포맷까지 올려놨더군요. 여담이지만, 우리의 할란 엘리슨 영감이 생각나는 군요. 베스트 셀러 작가입니다. 글을 잘 쓰고 못 쓰는 것과는 별개로, 이 영감은 자신의 글이 어떤 형태로든 불법 배포되는 것에 게거품을 물고 흥분하며 최후의 1인까지 잡아넣겠다고 발악합니다. 찰스 스트로스와 매우 대조되는 반응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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